나는 장사를 한지 겨우23년째 햇병아리(?) 입니다만,집사람은 고등학교 졸업하고
장사를 시작했으니 32년째..나에게는 대선배님이 됩니다.처음 장사를 시작할때
얼마나 구박을 주던지 그 설음을 글로 쓰라면 눈물이 앞을 가리네요.

-손님 앞에서 면박주기.가게도 혼자 못본다고 구박하고.포장하나 제대로 못싸 준다고
확 뺏어버리면서 찢어버리지 않나..예쁜 여자손님에게만 친절하다고 쫓아내고,손님
어설프게 상대한다고 인상쓰고,도매처에 가서 시로우또(초짜) 티낸다고 짐만 지키고
있으라 하고 내가 상품 진열하면 전부 다 끄집어내서 다시 진열하고,바보 소리도 듣고
한 1년간은 멍청한 운전수 노릇뿐이 한것이 없는것 같네요...흑흑

이 글을 쓰면서도 그때 생각하면 이가 갈립니다.
장사에 있어서는 마누라가 아니라 상전 모시고 살아왔던 것이 아닌지..
그런데 집에 들어오면 살쾡이가 여우로 싹 변합니다.

"여보~ 피곤하지" "당신이 미워서 그러우..좋아서 그러지"
"당신만큼 성실한 사람 없더라" "오늘밤 야한 속옷 입을까?(허걱)"

이런 마눌님의 수법에 속아 지금껏 20년장사꾼으로 살아 왔습니다.
장사를 시작한지 5년쯤 지나니 마눌님에게 장사에 관해서 말대꾸를 시작했고,
10년쯤 지나서 장사방법에 맞짱 떳고,지금에 이르러서는 아에 갈라서서(?) 딴장사를
합니다..내 가게에서 50m쯤 떨어진 곳에서 옷가게를 하고 있죠.

그런데 나와 함께 장사를 했을때와는 다르게 본색을 드러내더군요.
하루에도 손님 몇명씩 찾아와 나에게 고자질(?)합니다.마눌님이 불친절하다고-.-

-손님이 마음에 안들면 팔린 옷이라 안판다고 하고
-손님이 옷 고르면서 시간 끌면 확 뺏어 원위치 시키고 상대도 안해주고
-손님이 깍아 달라 하면 딴데서 사라고 쫓아 버리고
-손님이 옷이 마음에 들어 산다고 해도 자기가 손님스타일과 안어울린다 생각하면
안팔아 버립니다.다음에 오라고...

처음엔 이런 소리가 들릴때마다 집사람과 전화로 대판 싸웠습니다.
"아직도 옛날식 장사 하고 있냐..그 따위로 장사 하려면 때려 치워라.
장사할때 손님에 대한 친절은 메너다.기본 인격이다..물건을 팔려면 기본부터
지키고 팔아라..." 밤에 집에 들어와서도 냉랭한 분위기가 형성 됩니다.

마눌님의 대답은..............."맡겨둬..당신보다 장사는 선배야~"

그런데 1년여가 흐른 다음 진짜 개떡 같은 일은(다른 표현이 안떠오릅니다..꾸벅)
마눌님 가게에 도매 해오는 날엔 손님이 줄을 섭니다.늦으면 옷 못사가게 되는
경우가 다반사입니다. 10일동안 서울에 3번을 올라가야 했습니다..도매하러.
(이 블로그에 단골손님 몇분이 들어오시니까 거짓말 못합니다.장사 하실려고 해서
주소 알려 드렸거든요..)

대체 나 같아도 안사가고 싶은 불친절한 가게에 왜 사람이 모일까?
요즘 왠만한 옷가게엔 손님이 없어 고생하고 있는 실정인데 마눌님 가게엔 손님이 왜 있지?
같이 사는 나로서도..야단쳤던 내 입장에선 이해가 안되는 면이 있었습니다.
그후로 손님들에게 객관적으로 물어보고,가게 문 좀 일찍 닫고 마눌님 가게를 기웃거렸죠.
몇가지를 찾아 냈습니다..

-마눌님은 한가지만 잘 안팔더군요.손님의 전체적인 코디를 해 줍니다.셋트로..
바지를 사러오면 그 바지에 어울리는 티와 코트까지 맞춰서 입혀 줍니다.목걸이에 모자까지.
(마눌님은 연속극 광입니다.본방송에 재방송.케이블TV 삼탕까지.잠 잘때도 TV 틀어놓고
잡니다..드라마에서 코디 아이디어를 얻더군요..재는 어떻게 입고 나왔고...)

-손님에게 입혀서 안어울리는것 같으면 절대로 안권하고 안팝니다.."안어울려!"
당장 눈앞에 손해가 있어도 이 원칙은 지키더군요..다음에 오라고 합니다.
처음엔 불쾌했던 손님들도 시간이 흐르면서 받아 들입니다.

-마진에 상한선을 지킵니다.더 받아도 되는 옷(도매에서 더 싸게 해 온 옷)도 절대
더 안받습니다.아니 어떨땐,도매에서 받은 장끼(영수증)를 손님에게 보여 줍니다.
그리곤 30%건 50%건 마진 달라고 합니다. 더 빼달고 하면 쫓아 버립니다..

마눌님 장사법에 다시한번 느낀것은 친절하다고 장사가 되는건 아니라는 겁니다.
자신만의 장사철학이 있고,장사에 대한 노력과 집중력이 있어야 됩니다.

집사람의 장사법이 옳다..그르다..나도 아직 판단이 안섭니다.
그러나 손님이 있는걸 보면 내가 장사를 더 배워야 하는지..좀더 공부해 봐야겠죠.

20년장사꾼이.